팬택앤큐리텔

팬택앤큐리텔

서울대투자연구회 이상명

2004.4.2

들어가면서

어떤 분야에서든지 1위권 기업은 주목을 받는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국내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 이외에도 각 산업별로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1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과 시장 장악력은 검증 받은 상태이고 재무구조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그 기업이 가지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크지 않지만 자신의 기업 규모와 능력에 맞는 전략으로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이 1등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 눈에 띄지 않는 성실한 2등에 주목을 해보자. 1위권 업체가 만들어 놓은 시장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면 비용을 조금 덜 들이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선도적인 기업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광고비를 포함한 시장형성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반면에 후발 기업들은 선도적인 기업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나 영향력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경쟁력 있는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시장형성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arket leader가 아닌 fast follower에 주목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는 스포츠가 아니기에 2위권 업체라도 수익성이 좋고 기업활동을 잘 하고 있다면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한 예를 휴대폰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핸드폰 시장과 부활한 걸리버

휴대폰 시장은 몇 개의 선두업체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로라가 세계 시장의 61.7%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시장이며 나머지 소규모 업체들이 각각 2~5%를 점유하고 있다. 팬택계열의 세계 핸드폰 시장 점유율은 2003년 기준으로 2.4% 이며 이는 삼성 전자의 11.4%나 LG전자의 5.6%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을 가지고 기업을 평가할 수는 없으며 기업의 전략과 수익성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팬택앤큐리텔은 예전 걸리버나 네오미라는 브랜드로 핸드폰을 제조했던 현대전자 사업부에서 유래된 회사이다. 내수 시장 점유율이 1999년과 2000년에는 6%대를 기록하였으나 하이닉스의 부실화로 개발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영업 양수도에 의한 자금난으로 마케팅이 부진해지면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0%대 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팬택 계열에 편입된 이후 2002년 하반기 이후 내수 시장에 재진입을 하였고 현재 LG전자와 내수 시장 2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같은 핸드폰 제조업체인 팬택과는 원자재 공동구매, 연구개발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팬택은 GSM방식에, 팬택앤큐리텔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부문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팬택앤큐리텔의 주요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77%를 차지하는 내수 시장(32%)과 미주 시장(45%)으로 양분된다. 2003년도의 실적을 살펴보면 내수시장에서 164만대 정도를 판매했고, 미주 시장에는 310만대 가량을 판매하여 내수보다는 미주 시장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의 비중은 10%미만이며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중국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므로 최근 중국 쇼크로 주가가 많이 하락하였으나 실제 중국 경기와 팬택앤큐리텔 매출과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지역별/기술별>

틈새 전략-거품을 뺀 핵심 기능

팬택앤큐리텔의 전략은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되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가격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다. 2003년 삼성전자와 130만 화소급 카메라폰의 출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전략을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출시되었던 PC-S5000모델은 디지털 카메라에 준하는 해상도와 64화음, 262K LCD모니터 등 HIGH END제품이었으나 가격은 삼성전자의 30만 화소급 카메라폰과 비슷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카메라폰이라는 기능은 살리는 대신에 메모리나 동영상 기능에서 거품을 뺀 것에서 기인한다. 즉 핵심 기능은 살리는 대신에 주변 기능을 축소함으로써 브렌드에 맞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팬택앤큐리텔의 틈새 시장 공략정책의 효과는 2003년 내장형 카메라폰 내수시장에서 기록한 17%의 시장점유율만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카메라폰을 적기에 출시하면서 기능을 단순화시켜 가격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큰 소비자 계층을 공략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번호이동성제도 시행과 국내 핸드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핸드폰의 대체 수요가 많아지고 신규 수요는 10대 후반의 비교적 구매력이 작은 고객에게서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경쟁력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주 시장에서는 기존 거래처인 버라이존에 이외에 지난해 스프린트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 스프린트사에 대한 납품은 올해 2/4분기부터 이루어지며 연간 100만대 가량의 신규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3년도 총 판매대수의 1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또한 미주 시장에서 팬택앤큐리텔 제품 유통을 담당하던 오디오박스의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생산자 입장에서 그동안 유통업체에 부담하던 유통 마진의 축소가 예상된다. 팬택앤큐리텔의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유통 마진의 축소는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화소급 카메라폰의 가격 경쟁력-단순화의 효과>

기쁨은 일등만 갖는 건 아닐걸?

팬택앤큐리텔은 120% 정도의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3년 유상증자에 의한 자본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20% 정도의 높은 자기 자본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모토로라의 영업이익률이 3%대인 것을 감안하면 후발 기업으로서 2003년도에 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2004년 후반기부터 이익률이 높은 CDMA-EVDO1 단말기를 SK텔레콤에 납품할 것이 예상되어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에 판관비의 비중이 증가했는데 이는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우려할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검토한 실적과 건전성으로 볼 때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낮은 수준이라고 해서 팬택앤큐리텔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삼성전자와 같이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능력은 없으나 기존의 기술을 활용하여 시기 적절하게 시장에 대응을 할 수 있는 FAST FOLLOWER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업계에서 수위를 차지하면서 이름을 날리지 못해도 능력에 맞는 전략으로 자신만의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거기에서 실적을 내는 기업, 팬택앤큐리텔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