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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헌
(Homepage) |
2003-03-26 22:3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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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님의 인터뷰 내용은 서울대투자연구회와 함께한 비공식적 견해입니다. 무단으로 인용, 배포하실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 은행 본사에서 이덕훈 우리은행 행장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신 이덕훈 행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내용은 주식 시장 자체보다는, 금융업계 최고의 리더가 바라본 금융 산업의 변화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습니다.
1. 우리 나라 금융 리더 중 한 분으로써 바라본, 금융 업계의 변화 과정과 오늘날의 업무 영역 파괴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 우리 나라 금융 시장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과거 시장의 모습을 이야기 안할 수 없겠지요. 과거 우리 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금융계는 국가의 힘에 의해 많이 좌우되었습니다. 소위 계획 경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경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해온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민들을 위한 은행, 주택 공급을 위한 은행, 중소 기업을 위한 은행 등 다양한 특수은행이 성장할 수 있었으며, 시중 은행도 함께 발달할 수 있었고, 각종 단자회사, 투신운용 등도 함께 성장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러던 중, 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여 전반적인 금융 업계의 체질 변화가 이루어 졌으며, 이와 함께, 통합 현상이 가속화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 파괴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닙니다. 과거 유럽 본토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니버셜 뱅킹 시스템을 도입하여 별도의 업무 규제를 하지 않았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 기관은, 은행, 증권 보험이라는 큰 세 축, 또는 서민 금융(새마을 금고), 여신전문업체(카드업체)를 포함한 다섯 가지 축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엄밀히 이야기하여 오늘날 이루어지는 통합화 과정은 은행, 증권, 보험이라는 세 축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2. 말씀하신 것 처럼, 오늘날 금융계에서는 증권사와 보험사, 은행 등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은행이, 여타의 증권사나 보험사들에 비하여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 금융이라는 것은 return과 risk의 trade-off 관계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은행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risk 부분입니다. 즉, 은행은 다른 금융 업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지요. 이 것이 바로 은행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과거의 경우를 보아도 은행 이외의 다른 금융 기관에 의지하던 고객들도, 결국 시장의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은행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불안감으로 인하여 안정적인 은행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러한 risk-management 부분은 당연해 보이는 듯 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분야입니다. 특히나 98년 외환 위기 이후로는 은행 내, 외적으로 계속 강조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기본적인 장점을 살려 수익선 다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예금과 더불어 수익 증권을 취급하기도 하며, PB를 통하여 자금 운용과 절세 전략, 향후 재무 계획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PB의 경우는 단지 자산 증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 깊숙히 들어가 생활 자체를 함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요. 이 밖에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 관리 업무도 상당히 중요한 영역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3.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은행의 수익 구조 변화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려왔습니다. 평균 예대 마진이 3.5% 인데, 1.5% 정도가 운영 비용으로 들어가고 부실 비용으로 2%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에 따라서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건비나 인건비 등을 1.5% 이하로 줄이는 것, 부실로 인한 비용 소모를 2% 이하로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수익원이 바로 수수료 수익인데, 예대 마진으로 인한 수익의 한계가 보이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대략적으로 외국의 경우, 예대마진 수익과 수수료 수익을 50:50 비율로 파악한다고 하면 우리 나라의 경우는 아직까지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20 정도 뿐이 안될 정도로 빈약한 형편입니다. 따라서 예금, 대출 업무를 통하여 쌓아온 Network를 이용하여, Wealth management, M&A, ABS, 기업의 자산 관리 등의 수수료 수익으로 확장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합니다. 이중 기업의 자금을 은행이 관리하게 됨으로써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자산 관리 부분을 아주 중요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4.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에 있어서 정보기술을 활용한 CRM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요?
- 이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세부 고객 분석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모든 금융 기관들이 전산화된 데이터 베이스를 바탕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타겟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상품 개발에 있어서도 이러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은행이라는 산업을 정보산업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정보가 가지는 힘이 크다는 것입니다. 10년 후의 금융업이라는 것은 어떠한 형태를 갖출지 불확실합니다. 다만, CRM을 통한 정보 분석력을 바탕으로 하여 상품을 설계하고 마케팅 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변화에 대처할 수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어떠한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하던 간에, 세분화된 고객에 맞춘 다양한 전략으로 수익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요점입니다.
5. 최근 자산 관리라는 개념이 상당히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바라본 자산 관리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예전에는 초과자금 수요라고 하여, 경제 성장과 더불어 자금의 수요자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자금 수요가 줄어들고 저축은 유지되어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이서,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수 있는가가 은행 실적을 판가름 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산 운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 한다면 자산 관리 분야는 준비해 볼 만한 영역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자산 관리를 위해서 환율 분석, 기업 가치 분석 등을 포함한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가 필요합니다. 과거 대규모 금융 기관이나 연금도 많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여 애를 먹었습니다. 이러한 인력난은 오늘날의 금융계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6. 통신 산업이 모네타, 네모, 케이머스 등의 서비스를 앞세워 금융업에 많이 진출을 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는 이러한 경쟁 심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IT 기술과 은행 운영과의 연관성은 어떠한지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 질문 한 내용은 현재 은행이 직면한 문제이면서 계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아직까지는 은행과 제휴 관계를 맺어야만 IT 기업들이 시장에 참가할 수 있지만, 워낙 편리한 기술이기에 수 년 내로 그 분야가 크게 열릴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려 하며,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은행업의 업무 영역을 많이 침범할 것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하며, 은행 역시 E-BANKING등을 통하여 우선적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가장 중점을 두고 활용하는 IT 기술은 통신 기술과는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CRM 관련 기술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로 내부적인 전산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하여, RISK 관리와 고객 관리를 체계적으로 이루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규모의 경제입니다. 이 부분에서 바로 대형 은행이 강점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즉, 매년 수 천억원 이상의 비용을 내부 전산망 확충을 위해 사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IT 투자를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가 가능한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덩치가 커야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대형 은행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인력 개발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입니다. 우리 은행의 경우도 이미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만, 향후 여건이 된다면 더 많은 돈을 인력 개발과, IT 기술 도입에 활용하려 합니다. 이러한 투자를 따라오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물론입니다.
7. 앞으로 금융 업계의 통합 강도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 독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동안 완전한 통합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 지붕 아래 보험, 증권, 은행이 완전 융화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 각 분야의 문화가 다르고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령, 운영 체계를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는 안정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인력 운영에 있어서도 팀별 인센티브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증권사의 경우는 Risk-taking을 하기에 성과급 비중이 훨씬 큽니다. 보험의 경우도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분야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완전한 통합을 한다기 보다는 최대한 영역의 장벽을 부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8. 위에서 질문 드린 통합화와 IT라는 화두 아래, 앞으로의 금융업의 변화에 대하여 더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 미래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잘 조화 시킬 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E-banking 등을 발전시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 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온라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사이버 공간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그들이 본격적인 금융 주체가 된다면 그때는 모든 업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통합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향후 금융업의 모습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고, 10년 정도가 지나야 그 윤곽이 확실히 잡힐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이버 시장의 발달과 금융업 통합 현상이 진행되면서 금융업계가 커다란 경쟁 부담을 안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지역별, 또는 상품 영역별로 가장 좋은 회사가 있었으며, 그 영역 내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면 일단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역간의 경계가 붕괴되면서 모든 상품과 지역을 포괄하여 한명의 승자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모든 금융업이 엄청난 경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지요.
9. 행장님께서는, 20대에 원 없이 공부했다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대학 시절 학업에 열중하신 것 같습니다. 진로를 걱정하고 준비하는 저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 내가 과연 어떠한 일을 가장 좋아하고, 그 일이 적성에 맞는가를 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헤메고 다니는 것이겠지요. 대학 생활이라는 것도 바로 그러한 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자신의 적성과 이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하고, 대학은 바로 그러한 탐색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우리 나라 금융이 낙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나라 경제 규모에 맞는 금융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들도 끊임 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깊이 파고 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매 순간 성실히 생활하고, 때로는 그 길이 아니다 싶으면 변경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그러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자신이 이러한 모습이 되기 위해 그토록 방황했었구나하고 돌이켜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이상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8-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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