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산업은 증시에서 오랫동안 주가가 저평가된 대표적 업종이다. 대부분 대기업 완성차업체에 납품을 하는데 가격 결정력이 완성차 업체에 있어 이익을 많이 내지 못했기 때문. 높은 부채비율과 소극적인 기업설명(IR활동)도 업종 전체의 주가 저평가를 부추겼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업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완성차업체는 물론 거래소 제조업체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자동차 부품 업계 역시 점진적인 변화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형화. 몇몇 주도 기업들은 기아와 대우의 몰락 이후 이들 회사에 납품하던 부품 회사를 속속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대형화에 성공한 부품 회사는 최근 부품집적도를 높이면서 완성차 업체와 협상력을 가질만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GM,르노 등의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부품 조달 창구도 다양화하는 추세. 국내 부품 업체들이 해외 업체를 상대로 직수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 셈이다.
변화는 그 변화를 미리 준비한 이들에게 획기적인 성장의 기회를 주는 반면에 준비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퇴출을 강요하는 양극화의 경향을 띤다. 오랫동안 저평가의 설움을 겪었던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도 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새로운 재평가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한국프랜지공업이 있다. 2003년 한국프랜지공업이 부품 업계 재편 과정을 딛고 가치주로 부상할 수 있는 근거를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2-1. 첫번째 키워드 : 현대-기아 간의 플랫폼 공유
한국프랜지는 원래 대형 파이프의 이음새 역할을 해주는 프랜지를 만드는 회사였다. 1985년 최초로 자동차부품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대의 1차 부품 제공업체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96~99년에는 순차적으로 현대자동차에서 부품관련 공정을 이관 받으면서 연 매출 4000억원 대의 중견 부품 업체로 성장했다.
한국프랜지공업의 매출액 추이 (단위:억원)
98년 이후 매출 증가는 현대차로부터 각 기종별 공정을 이전받은 C.V. Joint(Constant Velocity Joint - 핸들을 꺾어서 앞바퀴 방향이 바뀌었을 때도 축의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맞춰주는 부품) 매출 덕이었다. 현대차가 스스로 생산하던 공정을 그대로 인수받은 만큼 한국프랜지공업의 매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로 거의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현대-기아 간의 생산 공정 통합이 본격화돼 한국프랜지도 현대차 외에 기아차 등으로도 매출을 확대할 전망이다. 현재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의 공용 플랫폼을 이용해 생산하는 유일한 차종인 옵티마의 C.V. Joint를 전량 한국프랜지가 납품한다. 이처럼 현대 공정으로 통합된 기아의 생산라인에서 필요한 부품도 앞으로 한국프랜지가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라는 새 고객을 얻음으로써 한국프랜지는 완성차 업체의 성장성을 뛰어넘는 고속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2-2. 두번째 키워드 : 2003년은 본격적인 투자 이익 회수기!
한국프랜지공업은 C.V. Joint 등 사업 부문을 확장하면서 96~99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투자 지설 중 토지와 건물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8년 정률법에 따른 공격적인 감가상각으로 처리했다.
98년부터 2002년까지의 감가상각액과 순이익의 추이 (단위:억원)
감가상각액과 순이익의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2000년 한 때 순이익의 6배 수준을 초과했던 감가상각의 규모가 이후 줄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순이익은 성장을 거듭해 2002년 추정치는 전년 대비 100% 성장한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적인 설비투자를 거의 끝낸 상황에서 기존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비는 정률법에 따라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가상각비의 감소는 당연히 비용의 감소로 이어진다. 2003년은 96년 투자한 설비의 감가상각이 끝나는 시점이자 99년 대규모 설비투자의 감가상각이 절반을 넘어서는 시점이다. 과거 투자금액의 비용처리가 거의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익을 거둘 시기를 맞은 것이다. 한국프랜지공업 영업이익은 올해 큰 폭으로 늘 전망이다.
2-3. 세번째 키워드 : 계열사와의 시너지 - 대형화의 포석은 이미 끝났다!
한국프랜지공업은 1999년 11월 기아자동차의 몰락으로 화의상태에 있던 카스코(옛 기아정기)를 인수했다. 카스코는 2002년 3분기 현재 부채비율이 1만%를 넘는 등 재무 위험이 큰 기업이지만 한국프랜지공업은 이 회사를 인수할 때 인수금액 외에 채무상환을 추가로 할 필요가 없다는 조건으로 카스코를 인수했다. 카스코 재무 상황이 더 나빠지더라도 한국프랜지공업이 돈을 더 물어야 할 위험은 없는 셈이므로 위험은 그만큼 낮아진 셈. 게다가 한국프랜지 전임 대표인 김종일씨가 카스코의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카스코는 2002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0% 넘게 성장하는 등 본격적인 영업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카스코가 이익을 내고 안내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카스코를 인수한 한국프랜지가 자동차 부품 업계의 핵심 과제인 대형화의 첫발을 내딛였다는 데 있다.
한국프랜지는 바퀴를 지탱하는 Axle부품을 생산하는데 지금까지 이 부품에 사용되는 브레이크 관련 부품을 만도에서 공급받았다. 카스코는 기아자동차의 거의 전차종에 브레이크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경영 정상화가 끝나고 관련 부품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한국프랜지공업에 브레이크 부품을 직접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카스코는 2001년 독일 SACHS社와 합작으로 쇽업소버(shock absorber - 흔히 쇼바라고 부르는 부품)를 생산하는 SKS를 설립했다. 만약 SKS의 쇽업소버와 카스코의 브레이크 시스템이 한국프랜지공업의 Axle부품 그리고 C.V. Joint와 연결될 경우 한국프랜지는 바퀴와 차체를 연결시키고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차의 핵심 모듈(Module-자동차의 구성 단위)을 100% 자사와 계열사의 역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수요 확대를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업계의 사정상 부품업계의 대형화는 여러가지 부품을 연결시킨 모듈의 공급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위험요인으로 보였떤 자회사 카스코는 한국프랜지의 사업구조를 대형화시키고 사업을 급팽창 시킬 수 있는 잠재력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대-기아의 플랫폼 공유로 인한 매출 증대, 감각상각비 감소로 인한 비용감소, 그리고 자회사와의 시너지 효과 등이 본격화할 올해 한국프랜지공업은 업계를 대표하는 가치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무상증자와 4년 동안의 꾸준한 배당 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순자산가치의 3분의 1, PER 3.9 대에 머무는 현재 주가는 충분히 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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