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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25 10:2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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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발효 - 술주정 속에 찾은 안정 | | 서울대투자연구회 6기 박인수 (경영학과 99학번) | (2003. 05. 24. 발표) |
누군가 그러더라. 만약 우리나라가 부도나면 소주회사만 살아 남을꺼라고. 아니, 대박 터질꺼라고. 그만큼 소주는 현대 한국인 (+ 특정 외국인)의 정서에서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오히려 침통하고 애통할수록 더 많이 찾게 되는 대중의 술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진로가 쓸 데 없는 데 돈 안뿌리고 참이슬만 열심히 만들었으면, 골드맨 삭스에 넘어가니, 법정관리가 되니, 그런 진흙더미 속에서 허우적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사업다각화도 좋고 기업 팽창도 좋지만, 어찌 보면 떄로는 한 우물만, 아니 한 술독만 파는 것이 더 바람직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한 사업을 통해서 안정과 꾸준한 성장을 누린다면, 그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탄탄하고 건실한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한 예가 바로 오늘 소개할 진로발효이다.
주정이란 무엇인가? - 제품에 대한 설명
진로발효는 주정회사다. 전매출의 98%가 발효주정 및 정제주정, 나머지 2%가 ‘크린콜’ 이라는 공업/식품위생용 알콜이라 하니 가히 주정 하나만으로 1984년 설립이래 근 20년간 먹고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정이란 술먹고 깽판치는게 아니고 (썰렁해서 미안하다--;; 불만있음 읽지말던가 ㅎㅎ) 전분, 당분이 함유된 물료를 발효시켜 알콜분 85도이상으로 증류한것으로서, 이 주정을 희석시켜 생산하는 소주의 가장 중요한 원료이기도 하다.
그림1. 주정의 제작공정
발효주정의 제조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쌀보리, 현미, 타피오카 등의 원료를 갈아서(분쇄), 섞어서 (혼합), 찌는 것(증자)이 그 첫번째 단계라 할 수 있다. 위 곡물들이 일단계를 거쳐 전분화 된 후, 효모를 이용한 발효작업을 위해서는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 작업을 곧 당화 작업이라 한다. 증자, 당화, 및 발효 절차 사이에는 두번의 냉각 절차, 쉽게 말해 뜨거운 술죽 식히기 절차가 있고, 또한 증자 전 원료의 10% 정도를 따로 처리하여 주모라고 하는 효모가 배양될 곳을 따로 생산하여 발효할 때 다시 혼합시킨다. 이러한 공정을 거친 걸쭉한 액체는 증류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인 후, 검증과 저장을 거쳐 출고된다.
이에 반해 정제주정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조주정(crude alcohol)을 다시 증류시켜 순도를 높인 것으로서, 쉽게말해 두바이에서 수입한 원유를 정유회사에서 가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현재 진로발효의 매출의 70%는 발효주정으로써 가공주정에 비하여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의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록 조주정의 수입을 통한 정제 주정 또는 수입 타피오카를 사용한 발효주정이 원가를 낮추는데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 농산물의 사용을 위한 강력한 규제 때문에 주정사업의 압도적인 부분을 발효주정이 차지하고 있고, 그 원료의 대부분 또한 농협 및 농림부에서 수매한 국산 쌀보리와 현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르락 내리락하는 환율에 그만큼 덜 민감한 것은 하나의 플러스 요인라고 할 수 있다.
주정뱅이가 뭐가 안전하다고? - 주정산업의 오늘
이러한 안정된 원료 공급은 주정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도 및 규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3-40년 전만해도 전국에 난립되어 있던 주정업체들 때문에 불량주정의 유통, 과잉 경쟁, 탈세 및 도산 등 골치아픈 문제들이 많아지자 정부는 영세업체의 통폐합과 신규면허억제 등의 정책으로 현재 전국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된 12개 업체 만을 남겨놓았다. 각 업체의 점유율은 대다수가 5~9% 정도로 평준화 되어 있는 가운데, 오직 진로발효만이 16%로서 월등한 위치에 서 있다. 또한 초기설비 건설에 큰 비용이 드는 장치산업의 특성 상 새로운 업체의 난입은 한여름에 청바지에 배낭매고 301동 뛰어 올라가는 것 보다 힘들고 쓸모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림2. 주정시장 점유율
매출도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 비록 2000년에 김 전 대통령이 쐬주값을 올리는 천인공노 할 처사를 함에 인해 20% 이상 매출이 떨어졌었으나, 지난 2년간 10%를 상회하는 매출액의 증가는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02년의 경우에는 월드컵 등의 특수와 가계소비증가로 인해 저가주인 소주의 매출이 현저히 줄었으나, 주정업은 오히려 설비투자를 통한 원가절감과 주정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출과 순이익을 증가시키었고, 5% 이상 증가한 1분기 실적을 토대로 볼 때의 올해 소주시장의 활성화가 점쳐짐에 따라 꾸준한 매출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거래상대가 대한주정판매라는 독점기업에 국한됨에 따라 대손충당금 또한 1%라는 미미한 수준으로 매출채권에 대한 걱정조차 없다시피 하다.
왜 하고많은 주정뱅이 중에 진로발효인가? - Free-Agent Market의 대어 진로발효
야구선수들의 재개약 시기가 다가오면 구단은 아무래도 성적과 성품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재어보게 되기 마련이다. 어느 선수가 실력은 대단하나 돌출행동이 심하다거나 좋지 않은 전력 (마약복용, 배우자 폭행, 동료들과의 반목) 이 있다면 이 선수의 몸값은 그만큼 깎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선수는 방망이와 글러브로 말하는 법, 결국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이는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의 몸값은 그 공격력(수익성)과 수비력(안정성)으로 점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력으로 본 진로발효는 주정업, 나아가 제조업이라는 프리에이전트 마켓의 최대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 말했듯 설비투자가 과도한 제조업, 특히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 제조에서는 낮은 ROA와 마진 등으로 요약되는 열등한 수익성이 큰 취약점이라 말할 수 있다. 즉 야구의 A-Rod 같이 비싼 돈 들여서 데려다 놓은 거포는 아무리 잘해도 결국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거다. 이는 주정업에서도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나, 진로발효는 타 업체에 비해 우월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의 타격에서 제일 중요시 하는 홈런, 타점, 타율 네 가지를 모조리 휩쓴 선수를 Triple Crown Winner 라고 하는데, 이정도 되면 가히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A-Rod도 못하고 배리 본즈도 못해본 거다. 위 그래프에서 12개 주정업체 중 상장되어있는 네 기업을 비교해 본 결과 진로발효의 수익성은 타격 3관왕에 맞먹을 정도로 우월하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특히 타기업의 절반에서 1/5 정도의 부채비율을 가진 무차입기업으로서, 건물철거로 인한 잔존가치 11억원의 특별손실(당기순이익의 13%)까지 감안하면 이 수치들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성적이 이 정도면 돈 값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진로발효는 동 업종의 먹튀들에 비해 오히려 헐값에 살 수 있다. 진로발효의 PER는 어제까지 4.7이었는데, 오늘 (금요일) 상한가를 치는 바람에 5.29로 뛰어버렸다. 그래도 아직 한국알콜이나 무학 등에 비해 저평가 되어있음이 눈에 띄인다.
안정성의 측면에서 진로발효의 탁월함은 훨씬 더 두드러지게 증명될 수 있다. 사실상 무차입기업인 진로발효는 매입채무, 미지급급, 법인세 등의 단기채무, 그리고 약간의 단기차입금과 퇴직보험 예치금 외에는 부채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따라서 8.68%라는 경이로운 부채비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보유한 당좌자산이 총 유동부채의 여섯 배에 가까울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여준다. 총 이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5%정도의 ROE를 유지해 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숫자 밖으로 본 기업 사정도 안전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훌륭한 야구선수의 덕목으로 깔끔한 사생활과 자신의 본업에 대한 충실함으로 표출되는 자기관리능력을 꼽는다면, 기업에서는 쓸모없는 팽창의 부재와 투명한 경영 및 지분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로발효는 확실한 수익원인 주정사업 외에 손댄 곳이 거의 없고, 복잡한 관계회사, 자회사에 얽힌 이해관계 또한 전무하다 할 수 있다. 한때 모 기업이었던 진로그룹과는 혈연은 있을 지 몰라도 적어도 사업적 연계는 찾 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히 정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로발효의 타 회사 출자현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에서 말한 주정유통업체인 대한주정판매의 총 주식 중 16%를 차지하는 대주주로서의 역할이다. 이는 배당을 통한 약간의 부수익을 뜻하기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 적어도 당사의 제품의 독점판매자와의 거래에 있어 절대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력한 이점을 의미한다. 즉 기업의 안정성을 촉진시켜 주는 또 하나의 장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기타 출자관계는 서안주정에 15%, 그리고 KTF 주식의 0.01%를 포함한다. 이 외에 눈에 띄는 투자현황은 강남구 신사동의 토지에 신축하고 있는 임대용 건물인데, 이는 바로 11억원의 특별손실을 내며 철거했던 바로 그 건물이 있던 땅에 다시 지어지고 있다. 강남의 부동산 임대업으로 아마 마이너스 수익을 얻을 리는 없겠지만, 허나 이는 일종의 재태크 수단으로서 본업에 비한 그 비중은 지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이승엽이 강남에 갈비집 내는 정도의 수준이랄까?
결론적으로 볼 때 당 업종 내에서 진로발효는 탁월한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허나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이 공격력은 주정제조 라는 ‘마이너 리그’에서는 자타공인의 화력이지만, 결국 주식시장이라는 ‘메이저 리그’에서는 통할지 안 통할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허나 수비력 만큼은 가히 메이저리그 최고급이라는 점이 최대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주정이 심하면 안되지… - 진로발효의 미래
뻔한 얘기지만, 결국 주정산업은 소주소비량이 얼마나 활성화를 띄는 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할 수 있다. 이미 성숙한 소주산업은 시장이 확대된다 해도 괄목할 만한 정도는 아닐 것이며, 만약 지난 2000년과 같은 예기치 못했던 악재 (세율 인상 + 원재료 가격 인상)라도 닥치게 된다면 이러한 막대한 영향력에서 진로발효도 예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허나 3년 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이런 악재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 경험으로 볼 때 소주값 이삼백원(또는 술집에선 오백원) 올랐다고 “에이 다신 소주 안마셔!” 라고 말하는 사람이 1년, 아니 몇 달 이상 그 맹세 지키기란 사실상 비현실 적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업계 1위로서의 규모의 경제와 거래처의 대주주라는 특수한 신분을 보유한 업체로서의 탄력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소주 경기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진로발효의 2000년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21%나 감소 하였었으나, 무학이나 풍국 등의 경쟁업체들이 30% 이상 타격을 입었던데 비하면 오히려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다시 한번 야구의 비유를 빌리자면, 진로발효는 절대 젊은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30 문턱을 넘기려는, 어쩌면 지금과 앞으로 몇 년이 최대 전성기인 선수일지 모른다. 따라서 이런 선수에게 너무 많은 연봉을 투자했다가는 말년에 말아 먹을 수 있는 위험이 있으나, 우수한 자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이 기업은 앞으로 2-3년간은 충분한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위 그래프는 이러한 메리트를 수치화 시킨 예측결과로서, 2003년부터의 매출성장률을 보다 보수적인 예측을 위해 지난 2년간 보다 위축된 5%로 잡았고, 이익률을 지난 3년의 평균으로 계산하였다. 또한 적정 PER를 업종평균 정도인 5.5라고 내어본 수치상으로 볼 때 적절한 매수시기를 3190원이었던 지난 목요일을 기준으로 지금이라 생각하였다.
* 이상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8-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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